어제 Claude Code로 리포트 자동화 스크립트를 하나 짰다. 프롬프트 세 번이면 끝나는 일이었고, 실제로 10분 만에 돌아갔다. 예전 같으면 최소 반나절은 걸릴 작업이었다. 기분 좋게 테스트 돌려놓고 커피 한 잔 따르는데 갑자기 든 생각 — "잠깐, 이거 내가 직접 짰으면 더 오래 걸렸을 텐데, 그 시간에 내가 뭘 배웠을까?"
그 불편한 감각의 정체를 이해하게 해준 영상이 하나 있었다. 독서연구소 채널의 「AI를 쓸수록 지능이 올라가는 사람의 특징들」. MIT 미디어랩,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논문까지 꽤 묵직한 근거를 제시한다. 내가 체감했던 그 찝찝함에 이름을 붙여주는 느낌이었다.
인지 부채라는 이름의 빚
MIT 연구가 인상적이었다.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에세이를 쓰게 했다 — ChatGPT 그룹, 검색엔진 그룹, 아무 도구 없는 그룹. 4개월 동안 네 번의 세션에서 뇌 신경 연결성을 측정했는데, ChatGPT 그룹이 가장 약하게 나왔다. 더 충격적인 건 이 그룹의 83%가 자기가 방금 쓴 글에서 단 한 문장도 정확히 인용하지 못했다는 거다.
연구진은 이걸 "인지 부채의 누적"이라고 불렀다. AI가 대신 생각해주는 만큼 내 뇌는 빚을 지고 있고, 갚지 않으면 파산한다는 비유. 나도 Notion에 메모해둔 걸 Claude에게 요약시키고, 요약본만 훑어보고 "알았다"고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원문을 안 읽은 건데 알았다고 착각하는 거, 그게 인지 부초다.
전문성 없이는 AI 답이 맞는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와 카네기멜런 대학의 연구에서 재미있는 발견이 나왔다. AI에 대한 신뢰가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는 줄어들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가 활발해진다. 역설적이게도 AI를 잘 쓰려면 AI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먼저 믿어야 한다는 거다.
이건 내가 매일 겪는 일이다. Claude Code가 짠 코드를 리뷰할 때, 내가 그 언어와 프레임워크를 얼마나 아는지에 따라 검증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 모르면 "됐겠지" 하고 넘어간다. 아는 만큼만 의심할 수 있다.
이선 몰릭이 이걸 "AI의 들쭉날쭉한 경계"라고 표현했다. AI의 미묘한 차이와 한계를 이해하는 사용자만이 혁신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그리고 그 이해는 내 전문성 위에만 세울 수 있다.
외계적 지성을 부리는 법
영상에서 인용된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의 한 줄이 계속 맴돈다. "현대 LLM은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외계적 지성에 가깝다." 엔지니어들이 AI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지만 "길러내는" 데는 성공했다. 그래서 AI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만든 사람도 모른다.
이건 실제로 겪은 일이다. Claude에게 프롬프트를 줄 때,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문맥을 생략하면 답이 완전히 엉뚱하게 나온다. "그 정도는 알겠지"라고 생각한 전제가 AI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은 거다. 《듀얼 브레인》에서 나온 대로, AI는 다음에 올 단어를 통계적으로 예측할 뿐이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질문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프롬프트를 다는 과정 자체가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맥락에서 묻는지, 어떤 제약이 있는지를 명시적으로 풀어쓰면, 그 과정에서 내 생각도 함께 정리된다.
운전석에서 잠들기
하버드 비즈니스스쿨과 BCG의 실험이 가장 무서웠다. 컨설턴트 75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I 능력 안의 과제에서는 AI를 쓴 그룹이 25% 더 빠르고 40% 더 좋은 품질을 냈다. 하지만 AI 능력 밖의 과제에서는 AI를 쓴 그룹의 정답률이 19%포인트 낮았다. AI가 그럴듯하지만 틀린 답을 내놨고, 컨설턴트들이 그걸 의심 없이 받아들인 거다.
연구진은 이걸 "운전석에서 잠들기"라고 불렀다. 좋은 AI일수록 사람이 더 게을러진다. 나도 그렇다. Claude가 준 코드를 대충 훑어보고 "오 잘됐다" 하고 커밋한 적이 있다. 나중에 버그가 터졌을 때 내가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디버깅이 두 배로 어렵다. 남의 코드도 아닌데 내가 짠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
의도적으로 AI 없이 보내는 시간
여섯 번째 특성은 반전이었다. AI를 쓸수록 지능이 올라가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AI를 쓰지 않는 시간을 확보한다. 독서, 사색, 직접 경험. AI 없이 홀로 고분분투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놓는다.
MIT 연구에서 도구를 빼앗긴 ChatGPT 그룹의 뇌 신경 연결성이 여전히 약하게 나왔다. 누적된 인지 부채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은 거다. 반대로 처음에 도구 없이 글을 쓰던 그룹에게 ChatGPT를 주자, 오히려 더 다양한 뇌 영역이 활성화되고 더 정교한 프롬프트 전략을 썼다.
내가 오늘부터 해볼 것
영상을 보고 메모해둔 걸 실행에 옮겨보려 한다. 첫째, Claude Code가 짠 코드는 무조건 한 줄씩 읽고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커밋한다. 둘째, 하루에 30분은 AI 없이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시간으로 둔다. 셋째, 프롬프트를 던지기 전에 내가 뭘 모르는지 먼저 적어본다. 메타인지 연습이 프롬프트 품질을 높이는 출발점이니까.
인용된 책 두 권 —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과 《듀얼 브레인》— 은 이번 주 안에 읽어볼 생각이다. 특히 몰릭의 실제 AI 활용 사례는 내 Notion 워크플로우에 바로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