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5. 02.

AI 네이티브 기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

#ai#ai-native#organization#vibe-coding#future-of-work

노정석 대표. 6개 회사를 세운 연속 창업가. 한국 스타트업 최초로 회사를 구글에 매각한 사람. 최근에는 화장품 회사 비팩토리를 세우고 AI 에이전트로 경영 전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 인터뷰는 "AI 네이티브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현장 보고서였다.

왜 화장품인가

흔히 "AI 발전을 보고 창업했다"면 IT 회사를 세울 것 같은데, 이 분은 화장품을 골랐다.

이유가 명확하다. 구글에서 머신러닝을 처음 접한 게 2009년. 2017년쯤 LLM이 나오면서 "이 비용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구글·아마존과 똑같은 소프트웨어 기술로는 경쟁이 안 된다.

그래서 기존 사업 + AI 조합을 찾았다. 테슬라를 벤치마크했다. 한국적 강점이 있고, 소프트웨어가 아직 안 들어간 곳, 인간의 하드웨어 한계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비즈니스. 그렇게 뷰티를 시작해서 바이오로 가겠다는 비전.

70% 노가다를 없앤 방식

이분이 업무를 분석해보니, 지식 노동자의 업무 중 진짜 가치를 창조하는 구간은 20~30% 였다. 나머지 70~80%는 가치 창조를 "준비하기 위한" 지적 노동.

이 앞단을 에이전트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프로세스:

  1. 익스플로러 에이전트가 이메일, 문서, 슬랙 대화 등을 돌아다니며 직무 분석서를 자동 생성
  2. 그중 단순 노동(데이터 가공→다른 목적물 변환)을 에이전트로 대체
  3. 담당자에게 에이전트 결과물을 평가(evaluation)하게 하고, 피드백으로 프롬프트 품질을 지속 개선

주관식을 객관식으로 바꿔주는 행위.

한 달 걸리던 신제품 기획이 한 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에이전트들이 시장 조사, 경쟁사 분석, 컨셉 도출을 토론까지 해서 온다. 인간은 선택만 하면 된다.

작년 가을, 마법처럼 돌기 시작했다

ChatGPT 나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실제 업무 적용은 작년 가을부터 제대로 됐다고.

클로드 오퍼스 4.6, GPT 5.4 정도가 나오면서 "이건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 성능이 임계점을 넘은 것. 이전에 만들어둔 시스템들이 "마법처럼 다 돌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반응: 극명하게 갈린다

여기가 현실적이다. "단순 노동 없애주고 밸류업하라고 하면 다 좋아할 것 같지만" — 실제로는 싫어한다.

새로운 밸류를 찾아내는 건 고통을 수반한다. 숙달된 업무를 빨리 끝내고 쉬는 게 아니라, CEO처럼 없던 걸 찾아오라는 미션을 받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사내에 소규모 러다이트 운동이 항상 일어난다.

해결책은 교육. 클로드 코드 같은 걸 마케터에게도 가르친다. 처음엔 전원 "동공 지진"이지만, 개발 환경 설치 병목만 넘겨주면 미친 듯이 성장한다고.

엔지니어가 하던 일들을 그냥 다 가져가게 돼요.

AI 네이티브 탤런트의 등장

한 명의 엔지니어가 안드로메다급 생산성을 보이기 시작하면, 대표가 이런 말을 하게 된다:

"너한테 스톡옵션과 월급 주면서 내 밑에 있으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된다. 차라리 네가 회사 차려. 내가 투자할게."

따라가기로 결정한 사람과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의 갭이 너무 벌어지고 있다.

모델의 능력 과잉 (Capability Overhang)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AI 모델은 질문자의 수준에 맞는 답을 한다. 지엽적인 걸 물어보면 지엽적인 답이 나오고, 우주적 진리를 물어보면 그에 맞는 답이 나온다.

AI를 활용하는 능력은 그 사람의 능력에 제한된다.

그래서 시니어들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조직 차원에서 세상을 본 경험이 있으니, AI를 "부서처럼" 이해하고 어디에 어떤 에이전트를 시킬지 안다.

반면 주니어는 지엽적 업무만 하다 보니 조직적 시야가 부족하다. 근데 요즘은 그마저도 뒤집히고 있다. 학습 과정을 아예 거치지 않은 고등학생, 대학교 중퇴자들이 전체를 AI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시니어보다 더 큰 성과를 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고.

아이언맨 수트의 비유

앞으로 AI 시대의 인간이 가지는 가치는 의지를 표현하거나 신뢰를 제공하거나, 이 두 개 말고는 거의 없다.

모두가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상태. 그 수트를 누가 입느냐가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불굴의 의지에서 온다.

의지는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지적 트레이닝과 고생을 통해 캐릭터가 형성되면서 나온다.

채용 기준의 변화

AI 리터러시 자격증 같은 건 의미 없다. 대신:

  1. 지적 능력 (당연히 중요)
  2. 또라이 지수 — 얼마나 하고 싶은지

첫 아이템은 잘 안 될 수 있지만, 의지만 있으면 두 번 세 번 하다가 성공한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 직원에게도 가장 중요한 팩터가 됐다.

교육에 대한 관점

AI 모델이 똑똑해지는 과정과 사람이 똑똑해지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없다.

  • 프리트레이닝: 세상의 모든 지식을 보여주며 암기 (80~90% 시간)
  • 포스트트레이닝: 강화학습으로 다양한 능력 발현

프리트레이닝 끝난 모델은 쓸모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 많이 알아야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현인들이 아이들에게 독서를 제일 강조한다.

주입식 교육이 나쁜 게 아니다. 양이 중요하다. 이해 안 되더라도 다 읽고 끝내야 한다.

B2C의 패러다임 전환

기존에 검색은 구글, 쇼핑은 쿠팡, 배달은 배민으로 각자 마게팅(media power)을 쌓아왔다.

AI 에이전트가 고객 바로 옆에 앉으면, 이 마게팅이 다 무너진다. 고객이 에이전트에게 말하면 에이전트가 알아서 최적을 찾아준다. 기존 플랫폼들은 도구로 전락하고, 마진은 고객에게 영향력을 더 끼치는 쪽으로 이동한다.

모두가 회장님의 삶을 살게 되는 시대.


이 인터뷰를 들으면서 가장 와닿은 건 "의지"와 "많이 아는 것"의 결합이었다. 특히 "의지"가 많이 와닿았다. 또라이가 잘하는 거다! 내가 리서치 회사에서 AI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면서 느끼는 것도 같다. 도메인 지식이 없으면 AI한테 뭘 시켜야 할지조차 모른다. AI가 모든 걸 대체하지 않는다. 나의 암묵지를 키우고, 나의 팀의 암묵지를 높여야 한다. 이 암묵지를 높이는 방법 또한 AI를 통해 빠르게 해야 한다.

출처: 손에잡히는경제 —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